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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분토론' 진중권이 '마녀사냥' 허지웅이 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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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과 허지웅은 닮은 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과, 영화평론가와 대학교수라는 본업은 따로 있지만 글이나 말로써 대중앞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유사 방송인이다.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인터넷 활동을 같이 했던 적도 있으며 직설적인 화법으로 세상의 이목과 비판을 많이 받는다는 것도 그렇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모두 삐쩍 말랐다는 것과 아닌 경우도 있지만 마른 사람들의 특징인 생각과 고민이 깊어 보인다는 점도 비슷하다.

 글 제목과는 다르게 진중권과 허지웅은 이렇게 많은 닮은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인물에서는 서로를 완전히 차별화 하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1963년생과 1979년생이라는 세대간의 간극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는 허지웅을 매력적인 대세남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는 반면 진중권은 교수, 방송인, 정치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인물로 여긴다. 언제 우리가 한 명의 남자로서 진중권에 대해 얘기한적이 있는가? 허지웅은 싱글(정확하게 돌싱)이고 진중권은 유부남이라서가 아니다. 이 것은 삶을 대하는 본인의 태도에서 타인이 매력을 느끼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문제이다. 허지웅은 글을 쓰는 영화평론가다. 그리고 방송에도 출연해서 수 많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출한다. 진중권도 마찬가지다. 대학교수로서 강단에서, 토론이 열리는 방송국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짜낼 수 있는 모든 생각과 의견을 꺼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을 대하는 각자의 태도는 본인이 어떤 것에 치중하고 무엇에 열중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테두리안에 갇혀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허지웅은 진중권과 함께 팀블로그를 꾸려 활동한 진보적 성향의 인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허지웅은 본인이 말하는 것과 같이 그 진보적 진영에 얽매이거나 갇혀있는 생각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진보이면서 진보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다. 그 만큼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도 비판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중권은 완전히 자기 진영에 갇혀 있는 한마디로 '골수'라는 생각을 누구든지 느끼게 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철학과 생각과 정치적 성향에 맞지 않으면 상대방을 먼저 비판하는 것 최전선에 앞장선다. 물론 이것은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러한 언행속에 자기 자신은 없고 대부분의 정치적 성향의 인물들이 그러하듯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집단으로 나누어 놓은 틀 안에서 싸우고 행동하는 진영속에 갇혀있는 인물로 전락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허지웅과 같은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은 생각과 표현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만의 개성있는 스타일로 무장할 줄도 안다. 그래서 거부감이 없다. 이것은 허지웅이 매력적인 대세남으로 불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다. 본업을 가지고 활동하면서도 꽤 자유로운 방송인이고 예능인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애초부터 자기를 어떤 특정한 테두리 안에 가두어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살아 온 인생과 그 배경에서 만들어진 자신의 생각들이 본인과는 다른 사람들과 구분짓는 울타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허지웅은 그런 울타리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그 경계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다소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도 다소 진보적인 허지웅을 벽으로 만들어 놓지 않는다. 진중권과 같이 폐쇄적인 틀 안에 갇혀있게 되면 온전한 자신이 되기 어렵다. 오로지 그 틀 안에서 생각하고 움직이는 진영의 일부로만 존재할 뿐이다. 포인트는 진중권이 허지웅과 같은 79년생이라 하더라도 그 옷차림과 안경테와 스타일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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