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렸을 적 한국의 고속철도 모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각 국의 후보 모델들을 본적이 있다. 독일의 이체, 프랑스 떼제베, 일본 신칸센의 삼파전으로 기억되는 그 경쟁에서 우리는 한국형 떼제베(TGV)를 도입하였고 지금의 KTX가 되었다. 차종 선정 과정에서는 당시 큰 이슈가 되었던 브로커 개입 의혹도 있었고 지금 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투명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떼제베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금 KTX는 경부고속도로 다음으로 가장 성공한 국가기간시설이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떼제베가 우리 KTX로 선정된 것에 감사해야 할 점은 일본 신칸센에 비해 '아름답다'는 것이다. 바로 프랑스의 감성과 미적 감각이 녹아든 떼제베는 프랑스에서 운행한지는 30년이 넘는 거의 원형 모델임에도 그 디자인은 아직도 유려하다.
1990년대 초 신칸센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렇게 생긴 기차는 절대 우리나라에 도입되서는 안된다는 것이 어린 나의 생각이었다. 독일의 이체(ICE)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독일 스럽게 생겼었다. 간결하고 명료하지만 그 어떤 미적 요소도 찾아보기 힘든 전차같은 기차라고 할까.
요즘 일본에서는 차세대 고속철도인 리니어 신칸센을 상용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험노선에서 달리고 있는 차세대 리니어 신칸센이 국내 언론을 통해서 공개 되기도 했는데 그 괴이한 모습에 또 한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위 그림과 같이 동체 전반부에서 기수까지 거리가 자그마치 15,000 mm 인데 아직까지 이 부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알려져 있다.
마치 주남저수지에서 볼 수 있는 저어새의 부리를 닮기도 한 이 기수 부분은 추측컨대 일본 유체역학 박사들이 반세기 넘게 연구한 치밀한 최소 저항계수의 결과물이 아닐지...
현재 전세계적으로 고속철도의 상용 운행 속도는 300km/h를 거의 넘지 않는다. 현재의 일본 신칸센도 최고 구간이 270km/h 정도이니 300km/h를 살짝 웃도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KTX 보다 뒤떨어지는 셈이다.
다만 '리니어 신칸센'이 목표로 하는 500km/h의 상용 속도를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려 15m의 기수를 갖춘 공기역학의 최고 결정체로 보이는 이 차세대 고속 자기부상열차가 상용화 되는 순간 일본 공학자들은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수도 있다. 어떻게 진공이 아닌 상태에서 진공에 가까운 저항계수를 보이는지는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렇게 긴 기수 부분이 다른 기능도 가지고 있다면 그 것은 과연 무엇인지도 조심스럽게 접근해 보아야 하겠다. 봅슬레이 최강국을 꿈꾸는 일본이 자국 선수들의 담력을 키우기 위한 비밀 공간이라면 동계올림픽에서 봅슬레이는 일본의 효자 종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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